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F430 스파이더 잠깐 탑승기

저번에 탑승기의 썼던 쿠페는 이미 팔려버려가 버렸다.

다른 분의 스파이더에 잠깐 탈 기회가 있었다. 요게 예전 쿠페보다는 좀 더 고급 옵션이다. 기본 CCM 브레이크에, 가죽 시트도 디자인도 틀리고, 쿠페에선 플라스틱이던 부분이 카본으로 바뀌어고.

일단 눈에 꽂혔던 거는 실물은 첨 보는 CCM(Carbon-Ceramic Composite Material) 디스크. 말로만 듣던 세라믹 디스크 패드는 참 오묘했다. 꼭 주물 잘못 떠서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간 것처럼 표면이 평활하지 못한 게 정말 희한. 그러고 보니 그렇게 표면에 구멍 투성이니 일반 디스크처럼 슬로팅이나 드릴링은 필요없겠더만.
세라믹 디스크의 경우 일정 온도로 가열해야 제 성능이 나와서 가열장치가 따로 붙어있는 걸로 아는데 직접 손대보고 싶은 거 간신히 참았...

승차감은 전에도 말했지만 생각 외로 좋다. 물론 세팅에 따라 조금씩 틀리긴 하지만 지금까지 타봤던 일체형 서스의 그 뇌가 덜덜 떨릴 듯한 그런 승차감은 아니다. 뭐 좋다는 것도 일체형이나 단단한 종발이 타입에 비해 좋다는 거지, 국내 H사의 물렁한 서스처럼 좋다는 얘긴 아니다.

안에서도 느껴지는 진동이랑 소음은 뭐 쿠페랑 거의 동일하다.
이게 시동 걸 때 빵 하고 한번 터지는데 그 때문에 연세 많으신 어르신께서 야단을 치신 적이 있다고 하더만. 차를 이상하게 개조했다고. 원래 그런 건데... ㅡ_-a

 

뚜껑이 제대로 열린 건 이 차가 첨인데 생각 외로 느낌이 좋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표현처럼(응?) 넓은 지붕에 손바닥으로 가리면 안 보일만큼 열리는 선루프와는 비교가 불가다. 해운대 바닷가를 달릴 때 한참이나 건물들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바람도 생각 외로 머리 끝에만 살짝살짝 와닿을 뿐 엄청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 차도 458 이탈리아가 나오면서 매물로 내놨고 곧 없어질 예정이다.

F430 쿠페 잠깐 탑승기

보기만 보고 타보진 못했던 앙앙이(엔진이랑 배기 소리가 하도 앙앙거려서 붙인 별명)를 한번 타보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사람 7명에 차는 그렌져 TG 랑 앙앙이 두대. 이때 친구들의 한마디.

'야, 제일 긴 니가 앙앙이 타~!'

선택의 여지는 없더군요. 걍 편한 차 타고 싶었는데... ㅡ_-;;;

이렇게 앙앙이 주인장이랑 겁나 빠른 차 타보는 건 저번 뽀샤 이후 첨인 것 같습니다.

또각또각

순정 그대로

위쪽을 향해 붙은 문고리를 열면 문이...옆으로 열린다. 그렇다. 이넘은 걸윙 도어가 아니다.

문을 열면 겁나 빡빡해보이는 버킷 시트가 할롱 하고 반긴다.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는 의자지만 쿠션감은 그리 없어도 몸을 딱 잡아주는 게 차에는 어울린다.

전체가 가죽으로 덮혀있고 빨간색 실로 박아진 인테리어는 나름 있어보이지만 빔머나 빤쓰에서 봤던 안락함 같은 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달리다 죽자'라는 느낌만 전해올 뿐이다. 조수석 오른쪽 송풍구 밑의 금속으로 박혀진 F430 어쩌고 써진 플레이트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거는 만들다 만듯한 느낌의 선바이저. 이미 해가 떨어진 저녁에 그게 왜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만들다만 느낌이었다. 두꺼운 철사로 된 뼈대에 그냥 가죽 한판 붙여논 느낌.

조수석 밑에는 발을 놓으라고 은색으로 만들어진 발판이 있다. 이 발판이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중요한 게 하나 빠져있었다.

보통 승용차는 조수석에 문 위 쪽이나 A 필러 쪽에 손잡이가 붙어있다. 근데 이넘은 없다. 위의 사진에 보듯이 문에만 손잡이가 있다. 이게 원체 손잡이에 익숙해있다보니 가속을 해서 겁이 날 때 나도 모르게 허공을 휘젖게 되었는데 저 손잡이에 의지하려니 어딘가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자, 이제 달리기.


타자마자 짜증을 내게 한 것은 바로 소음이었다. 이 차는 딱 2군데 손을 대었는데 머플러와 휠 이었다. 휠은 원래 18"를 20"로 교체했던가 그렇고 머플러는 통째로 교체했다.

새신발

머플러의 경우 오리지날의 배기음이 너무 날려서, 모두들 풀배는 예초기 소리라고 욕했었는데 TUBI 로 바꾸고 나니 제법 들어줄만은 한데 좀 더 시끄러워졌다.
터보 단 차들이 터보가 터지는 2000rpm 정도 넘어서 시끄러워지는 것에 반해 이넘은 아이들링 상태에도 어느 정도 소리가 나고 창을 여나 닫으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뒤를 돌아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 겁나 큰 엔진~!
덕분에 rpm에 따른 진동까지 의자로 그대로 타고 들어온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데 뽀샤에서도 없었던 느낌이라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서스펜션은 예상 외로 부드럽다. 부드럽다고 해서 그렌져의 심하면 멀미할 정도도 아니고, 빔머의 과속 방지턱을 그냥 넘으면서도 그다지 출렁대지 않는 그런 느낌도 아니고 여하간 부드럽다. 페라리하면 서스펜션이 머리가, 뇌가 흔들릴 정도로 딱딱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서스펜션에 따라 모드는 없고 기어 모드에 따라서 조정되는 것 같다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탄 말 어떤 모드였는지도 모른다. ㅡ_-a
친구 녀석 말이 레인 모드(비올 때 모드)로 타면 승용차 정도의 느낌이라던가?

가장 궁금한 가속감~!
한마디로 죽인다~! 더 할 말이 없다.
주차장에서 식당까지는 해운대 호텔 앞 도로로 차도 많고 설사 차가 없더라도 길이 구불구불해 가속하기에는 그다지 좋지가 않다. 하지만 겨우 10~20 미터의 공간에서만 가속을 하더라도 손잡이부터 잡게 될 정도로 무섭다. 앙앙 되는 엔진음과 의자를 타고 들어오는 진동에 더해 겁을 잔뜩 먹고 속도계를 보면 겨우 50킬로 될까말까. 그러나 그 짧은 구간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은 무섭다. 온몸이 느낀다고나 할까?
너무 무서워서 가속할 때는 앞만 보고 몸만 지탱하다 좀 안정이 되어 계기반 쪽을 보면 기어는 끽해야 2~3단 간신히 들어가고 rpm은 4~5천 정도인데 정말 무섭다. 소리는 rpm이 올라간다고 해도 기본 소리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커진다는 느낌은 안든다.
예전 뽀샤 때 배틀이 벌어질 때도 타고 있었는데 그때 느낌은 상대도 안될 정도로 무섭다.

자, 잘가는 차는 잘 서야 하니 브레이크 감.
돌이라는 생각이 딱 든다. 달릴 때는 무섭게 치고 나가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갑자기 돌덩이로 변한다. 급가속, 급감속을 해 볼 구간이 없어 땅에 꽂힌다는 느낌은 없지만 운전자를 의식하지 않고도 브레이크를 밟았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올 정도로 확실하다.

주차할 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차체가 원체 낮은 것도 문제인데 복병이 하나 더있었다.

차 뒤를 보면 이상한 핀들이 여러개 나와있다. 디퓨저라고 해서 뒤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부분인데 양 끝쪽으로 뻗어나온 부분이 내부의 핀들보다 길다. 뒤로 주차를 하니 다른데는 괜찮은데 차체보다 더 낮게 내려온 이 부분이 주차장 방지턱에 닿는 거였다.
식당 주차장에서도 내려서 잠깐 한눈 파는 새에 주차하는데 뭔가 빠직하고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디퓨저 생각이 났다. 차를 보니 디퓨져 양 끝부분이 방지턱에 올라가 버린 상태. 나중에 빼서 보니 다행히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내릴 때는 문 안쪽의 노브를 위로 들면 열린다. 유리가 살짝 내려오면서 문이 열리는데 원체 시트 포지션이 낮다보니 내릴 때 어딘가를 잡지 않으면 일어나기가 좀 힘들다.

돌아올 때는 사람이 한명 줄어서 술 된 후배 대신 그렌져를 내가 몰았는데 어찌나 편하던지. ㅡ_-b

총평

장점
1. 역시 가속감 짱 dㅡ_-b
2. 브레이킹도 짱 dㅡ_-b
3. 디자인 짱 dㅡ_-b

단점
1. 아, 시끄러~(이 부분 때문에 본 신발 돈 있어도 이 차는 안산다)
2. 사람들 다 쳐다본다(아, 부끄...)
3. 주차장이라도 아무데나 차 대어놓고 가기가 좀 그렇다

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British Army P1937 Small Pack

군장품으로는 간만에 해보는 구매 대행이었다.

친구 녀석이 일본 잡지를 보다가 대뜸 들이밀면서 '이거 구해와'라니 -0ㅡ;;;

 

그 물건은 영국 육군의 P1937 개인 장비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가방이었다. 크기에 따라 대형과 소형이 있는데 생긴 건 거의 똑같고, 대형은 대낭 대용이고, 소형은 조그만 가방 수준.

 

2차 대전 당시 영미를 주축으로 한 연합군 장비는 실물이 너무 흔해 그다지 비싸지 않다. 이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쓰지도 않고 그대로 창고에서 꺼낸 물건이 6만원선.

 

녀석이 꼭 진품을 가져야할 필요는 없으니 깨끗한 물건으로 싼 걸 구하기로 했다.

실물은 대부분 1940년대 생산품으로 가격이 오락가락 했는데 1954년 생산된 벨기에군의 것이 가격이 2만원 정도로 쌌다. 앞뒤로 고정용 끈 2개가 더 달린 거 빼면 진품이랑 똑같다고.

 

녀석이 본 사진에는 색이 거의 사막색 정도로 나왔는데 실제 온 것은 옅은 초록색에 가까웠다. 그게 나름 고객 불만이라고나 할까?

재질은 당시 군장품에 흔한 캔버스. 버클들은 50년의 세월이 지난데도 불구하고 깨끗했다.

British Army P1937 Small Pack

뒷면 양쪽이 어깨끈 연결하여 배낭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고, 가운데 끈은 뭔가 다른 걸 고정하는 것이다. 가운데 끈은 영국군 거에는 없는 거.

옆에는 가방으로 맬 수 있게 고리가 있다. 어깨끈이 같이 들어있는데 사진에는 빠졌다.

바닥의 고리는 양쪽 어깨로 맬 때 어깨끈이 연결되는 부분이다.

열면은 저렇게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작은 덮개가 있다. 앞면 중간의 끈도 영국군 거에는 없는 거.

안쪽은 그냥 통짜가 아니고 뭔가를 구분할 수 있는 칸막이 같은 게 있다. 좌우만 고정되어 있고 아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가방 뚜껑 안쪽에 제조처로 보이는 글자와 1954년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무려 55년이나 지난 가방치고는 정말 깨끗하다.

얼마냐기에 얼마전에 지난 생일 선물이라고 그냥 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