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위와 같은 경험이 없다면 저런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 위에 나온 세 가지 기기 중 전기 다리미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 싶다. 사실 냉장고나 밥통은 별도의 온도 센서를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주장하기가 그렇다. 여기에 주된 작용을 하는 것이 바이메탈(bimetal)이다. 글자 자체를 보자면 bi + metal 인데 bi란 두 개를 뜻한다. 자전거를 뜻하는 bicycle, 이진수를 뜻하는 binary 등등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 이진수는 1, 0의 두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수를 의미한다.
참고적으로 숫자를 나타내는 접두사를 몇 개 적어본다면,
1 : mono
2 : bi
3 : tri
4 : tetra
등이다. 역시 나막신은 유식함 ㅡ_ㅡb
4 이상 넘어가면 무식이 탄로나므로 저기까지만 한다. 그러니까 바이메탈이란 두 개의 금속이란 이야기다.
자, 바이메탈 이야기는 일단 이 정도에서 접고 우선 열 팽창이란 것부터 알고 넘어가자. 이걸 알기 싫으면 바이메탈에 대해 아는 걸 포기해라. 열 팽창이란 말 그대로 열을 받으면 팽창해, 부피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원리적으로 설명하자면 금속이 열을 받으면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사이가 널널해지게 되고 이렇게 널널해지면 결국 전체적인 부피가 늘어나게 된다.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한다면 기차가 달릴 때 바닥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나는 걸 들었을 것이다. 이 소리가 바로 열 팽창 때문에 나는 것이다. 잘 살아서 자가용 이외에는 타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부자인 당신 철도 얘기는 뛰어넘어 아래 다리의 경우를 읽어보시라.

레일이 열을 받아서 소리가 난다는 게 아니고, 레일이 열을 받아서 늘어날 것을 고려하여 미리 사이를 약간 띄워 놓았기 때문에 열차가 그 부분을 지날 때 열차 바퀴가 그 빈 공간에 부딪히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공간을 띄워놓지 않으면 열을 받은 레일이 늘어나면서 휘어버리게 되고 열차는 탈선하게 된다.
일반적인 철도 레일 한 개의 길이는 약 25m라고 하는데 KTX의 경우 고속이라 이 레일 12개를 용접한 300m 짜리 레일을 쓴다고 한다. 같은 300m의 거리를 간다면 기존 레일은 11개의 이음 부분을 지나가야 하지만 KTX의 레일은 이음 부분 없이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고속에서 진동이 많다면 시끄럽기도 하고 위험하다. 더 길게 연장하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 문제인데, 얼핏 기억하기로 일본 신간센의 레일 한 개는 1km였다고 했던 것 같다.
자, 부자인 당신은 여기부터 읽으면 된다. ㅡ,.ㅡ;;

복개천 위 도로의 연결부 다리는 아니지만 같은 거니까 은근슬쩍 넘어가자~! ^^)/ 부산대 지하철 역 근처를 지나시는 분들은 이 역사적인(?) 현장을 찾아보시라~!
부산에서 이걸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차가 뜸할 때 광안대로를 질주하며 확인하시라. 물론 올라가는 순간 확인의 댓가로 통행료 천원을 내야 한다.
열팽창을 무시하면 나막신이 당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 200도 정도의 뜨거운 바람이 들어가는 건조기를 만들었다. 전체가 스뎅이고 열 손실 방지를 위해 모든 벽이 2중 구조로 되어 있고 윗부분 전체가 뚜껑이었다. 가동하는 중에도 가끔 뚜껑을 열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드는 사람이 열팽창에 어찌나 통달했던지 가동 중에는 뚜껑을 열 수가 없었다. ㅡ_ㅡ;;
열팽창을 생각해 여유를 좀 많이 두어야 되는데 너무 조금만 둔 탓에 열풍이 불어지고 내부가 가열되면서 그 조금의 여유는 없어지고 여지 없이 딱 맞아버리게 된 것이다. 결국 가동 중에 그 뚜껑을 열 때마다 입으로는 십 단위를 내뱉으며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자, 그럼 바이메탈이랑 열팽창이랑 무슨 관계인가? 불륜이나 러브러브♡ 모드 따위라면 조회수가 좀 올라가겠지만...그런 건 아니다. 동거 관계다. 그것도 아주 찰싹 붙어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보다 더 심한 절대로 떼대면 안 되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메탈이란 구조만 봐서는 대수로운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열팽창되는 정도가 다른 두 가지의 금속을 맞붙여 놓은 것이다. 이걸 떼어 버리면 그냥 별도의 쇳조각 두 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붙여놓았을 때에야 비로소 바이메탈이 되는 것이다.
바이메탈의 작동은 역시 간단하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전기 저항에 의한 발열
2. 발열에 의한 열 팽창
바이메탈은 전기 회로의 일부분으로 들어간다. 전기를 통하면 바이메탈을 이루는 두 금속은 고유의 전기 저항에 의해 점점 뜨거워진다. 이렇게 뜨거워지면 열팽창이 일어난다. 근데 애초에 말했듯이 열팽창이 다른 두 금속을 붙여 놓았기 때문에 열 팽창이 많이 되는 금속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되어 그림처럼 열 팽창이 적은 금속 쪽으로 휘어지게 된다.
이렇게 휘어져 버리면 전기 회로가 끊어지게 되므로 더 이상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전기가 끊어지면 열도 더 이상 발생되지 않아 점점 식게 되고, 휘어졌던 바이메탈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온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회로가 연결되어 전기가 통하고 처음부터의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냉장고나 다리미에서 나는 '딱딱'하는 소리는 저 바이메탈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다. 바이메탈 실물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싶어 밥통 공장에 다니는 친구를 꼬셨다.
그 친구가 말하기를 바이메탈을 쓰긴 쓰는데 손가락보다 작은 부품이고 공장 보안 유지 상 절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진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 친구는 실업자로 바뀌게 된다. 이공계 출신은 어딜 가도 다 똑같은 신세이다. T,.T
게다가 저가 모델이나 단순한 모델에는 바이메탈이 사용되지만 고급 모델에는 전부 온도 조절 센서가 따로 부착된다고 덧붙였다. 고로 밥통이나 다리미가 딱딱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고장이 난 것이 아니다. 그건 애초에 바이메탈이 들어있지 않다고 보면 되겠다.
바이메탈은 보통 철과 구리로 구성된다. 한쪽은 철, 반대쪽은 구리로 맞붙여 놓으면 구리 쪽이 열팽창이 훨씬 크기 때문에 철 쪽으로 휘어진다.

솔로들이여, 이날을 기억(?)하라~!
바이메탈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 전구에도 쓰인다. 뭐 요즘은 소리도 나오고 해서 전자 회로도 들어 있는 것도 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도 전구만 깜빡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은 개개의 전구에 회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바이메탈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럼 전구가 바이메탈의 작동에 따라 깜빡이게 된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나?
참고적으로 크리스마스에 저렇게 전구를 반짝이게 한 것은 에디슨과 관계가 있다. 1879년 에디슨이 전구를 제대로 만들었고 1882년 에드워드 존슨과 함께 80개의 적색, 백색, 파란색 전구를 크리스마스 트리에 감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것을 알 게 된 것은 1895년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전구로 장식되면서였다고 하니 뭐 그리 오래된 전통은 아닌 셈이다. 형광등의 초크 다마(이게 표준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영문으로는 glow starter 혹은 starter라고도 부른다)에도 들어 있다.
형광등의 스위치를 켜면 처음에 몇 번 딱딱 소리가 나면서 깜빡이다 켜지지 않는가? 이 딱딱 거리는 소리가 바이메탈이 작동하는 소리다. 형광등은 초기에 고전압이 필요한데 바이메탈이 연결되어 있다가 켜진 후에는 일정 전압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안정기가 알아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형광등이 켜진 후에는 초크를 빼도 형광등이 꺼지지 않는다. 단 뺀 상태로 껐다 켜면 스타터란 이름에 걸맞게 형광등은 켜지지 않는다.

상표가 영어이긴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상표는 영어인데 마데 전자 중국 지사 제품이네...ㅡ,.-a
AC~ 못 믿겠으면 집의 형광등 가지고 해보란 말이다. 단,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감전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며 멀쩡한 형광등 갖고 뭐하냐는 질타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활의 지혜(?) 하나만 덧붙이고 이 재미 없는 글을 마칠려고 한다.
사람의 발도 팽창한다. 정확하게는 부어 오른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그냥 보통 크기였다가 걷기 시작하면서 점점 부어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 3~4시 쯤 정점에 이르기 때문에 신발을 사려면 오후 3~4시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어딘가에서 들은 얘긴데 하루 종일 서있는 직업이라고 가정할 때 가면 갈수록 더 부어 올라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오후 3~4시 정도까지 부어 오르는 것이 피부의 한계라 더이상은 부어 오르지 않는가 싶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주위에 주로 서서 일하시는 분들 있으면 한번 물어보시라~! 어느 때 신발이 가장 조이는지.
딱딱 소리는 바이메탈 자체의 소리가 아니라, 바이메탈의 접점 가동에 따라 움직이는 릴레이의 소리아닌가요? ㅎㅎ
답글삭제@저녁하늘 - 2010/10/21 08:55
답글삭제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저녁하늘님 말씀이 맞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