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브라쟈 와이어

내가 쓰면서도 이 글의 제목이 무척이나 선정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나랑 브래지어랑 무신 관계가 있는지...사실 담당자는 다른 사람이고 옆에서 들은 이바구로 하는 겁니다만...직접 시험해 볼려고 해도 도저히 속옷집 가서 그런 거 달라고 할 자신은 없네요(따로 팔긴 하나요?). 참,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립니다만(대부분 모르시겠지만) 저 속옷 회사 안다닙니다. 스뎅 공장 댕깁니다.

 

또각또각

 

얼마전 우리 공장 와이어 계의 이단아 하대리(만화 제목이랑 똑같네, 근디 이 양반 남잔데? 아, 요즘 하대리는 남자지)가 묘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브라쟈(원어는 브래지어) 와이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일단 왜 이단아인지부터 설명하자. 우리 공장은 원래 100% 와이어 생산 업체였다. 그런데 이 양반이 어느 순간부터 플랫 와이어라는 걸 만들기 시작했다. 플랫(flat) 평평한 와이어, 한자로 쓰면 평선. 둥근 철사를 납작하게 펴서 파는 게 플랫 와이어다. 어디다 쓰냐고? 현재 가장 많이 파는데는 자동차 와이퍼. 와이퍼 빼보시라 고무 안에 들어있다.

여긴 안들었지롱 ㅡㅠㅡ

그런데 브라쟈랑 무신 상관이냐고? 나도 몰랐는데-관심도 없고, 쓰지도 않고-한때 유행했던 가슴을 모아준다는 브라쟈에 들어가는 와이어가 플랫 와이어(뭐 써 보지도 않았고 본 적도 없으니 틀릴 수도 있다)였다. 형상 기억 합금이나 플라스틱을 쓴다는 이바군 들었는데 스뎅도 썼던 모양이다. 뭐 이번 걸 굳이 여자 친구에게 시험하겠다면...다소 위험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집에서 시험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다. 남자가 하고 있으면...이상하잖아... ㅡ_-;;;
전부터 써오던 거면 그냥 쓰면 되는데 왜 문제가 되냐고? 남자들만 득시글 거리는 연구소에 다소 19금적인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고객 불만 한건이 접수되었다.

"금속 탐지기 통과시 탐지되어 여성들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주절주절...팔아먹고 싶으면 후딱 바까도, 이 자식들아."

흔히들 스뎅을 구별할 때 자석에 붙여보고 붙지 않으면 스뎅이라고 한다는데...죄송하지만 100%, 아니 과장 좀 보태서 1,000,000% 무식한 방법이다. 공돌이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있다가는 무식하단 소리를 들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떠들어도 가만 있는 재료나 금속 계통의 공돌이라면 전공에는 관심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절대 공돌이를 무시하자는 의도는 없음. 본인이 공돌이, 특히 금속이나 재료와 관계가 있는 공돌이라면 자신의 성적표나 수강 태도를 이 글을 기회로 삼아 한번 되돌아보기 바람).

 

스뎅도 종류에 따라 붙는 넘 있고 안 붙는 넘 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붙는 넘, 안 붙는 넘의 문제가 아니고 가공의 문제였다. 원래 브라쟈 와이어의 기본 와이어(둥글 때)는 자석에 안붙는다. 그러나, 둥근 게 납작해지는 가공을 할 때 성질의 변화가 오면서 자성을 띠게 된다. 안 띠는 넘도 있지만 대부분의 금속들은 가공을 심하게 하면 자성이 없던 넘들도 자성을 띠게 된다. 이렇게 되어서 나온 결과다.

 

그림 분실, 새로 그리기 귀찮으니 적당히 넘어갑시다요 ㅡ_-;;;

 

위의 그림 그린다고 정말 고생했다. 왜 그림판보다 엑셀에서 그려서 붙여넣는 게 더 빠른 걸까? -,.ㅡa

 

각설하고 와이어를 뽑는다고 가정하고 그림을 그렸다. 왼쪽이 원래의 와이어라고 볼 때 내부에 푸른 마름모들이 자석 성질을 나타내는 넘들이라고 보면 방향이 엉망진창으로 아주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럴 때는 자성을 띄지 않는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가공을 하게 되면 원재료의 길이가 늘어나고 직경이 줄어들면서 내부의 마름모들이 원래의 재료보다는 가공 방향인 길이 방향으로 늘어나게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원래보다는 자성을 다소 띄게 되고 계속 가공을 하다보면 점점 더 자성이 강해진다. 당근 가공을 해도 저렇게 안되도록 처리가 되어있는 넘들도 있다.

 

브라쟈 와이어는 위의 선경을 줄이는 가공만을 하는 게 아니라 둥그런 와이어를 납작하게 눌러 버리는 가공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가슴의 형태에 맞춰 U자형으로 취는 가공이 한번 더 있기 때문에 자성을 띌 위험(?)이 더 높다.

 

그럼 지금까지 그런 브라들은 모조리 검색대에서 '삐' 거렸을 거 아니냐고? 그거야 어느 정도 자성을 띠느냐의 문제인데 편차가 있으니 실제 금속 탐지기에 걸린 예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밑에는 원래의 납짝선이고 위가 브라쟈 용 와이어다. 양 끝에는 찔리지 않도록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있다. 도저히 실물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찍어서 보내는 분에게는 후사를...ㅡ_ㅡ;;

 

공항 검색대를 미모의 여성이 통과하고 있다. 금속은 다 뺐는데 금속 탐지기에서 삐 소리가 난다. 손에 드는 방식의 스캐너가 몸을 훑는다. 자신은 모르는데 가슴 쪽에서 삐 소리가 난다. 당사자도 황당하겠지만 검색 요원이 여성이라면 모르겠는데 평균적인 남자라면 당사자에게서 이상한 시선을 받을 지도 모른다.

밀수의 한 수법이라고 생각하고 끌려갈 수도 있다.

 

결국 2가지 재료가 선정되었는데 하나는 원재료 자체도 자성이 없고 가공을 해도 자성을 잘 띠지 않는 넘. 다른 하나는 원재료도 자성이 없고 심하게 가공해도 여전히 자성이 없는 넘인데 당근 뒷놈이 비싸서 앞놈이 샘플로 제공되었다.

 

사실 뒷넘이 완벽하다고 해도 채용될 가능성은 없다. 그놈을 쓰면 아마도 브라 값이 갑자기 명품 브라 정도로 비싸질 지도 모른다. 원재료 값이 근 6배 차이 난다.

더 아는 게 없어서 이만.

http://cbs13.com/local/local_story_125011613.html
이 링크는 실제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광고 뒤에 동영상 중간에 보면 1분 30초 정도에 여성의 가슴 쪽에 휴대용 금속 탐지기를 대었을 때 삐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경고음이 작아서 여성 앵커 목소리에 묻히니까 좀 크게 들으면 들린다. 제품에 따라 다른데 이러면 정말 난감 ㅡ_-;;; 남자라면 더 난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