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형상기억합금

또각또각

 

대망의 형상 기억 합금(Shape Memory Alloy)이다. 푸하하~나 미쳤나봐. ㅡ,.ㅡ;;

 

막연히 들어왔던 이걸 실제로 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하나는 그냥 스프링처럼 말아 놓은 거였고 다른 하나는 재털이였다. 스프링처럼 말아놓은 거는 쭉 잡아 늘여도 뜨거운 물에 넣으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단순한 거였지만 재털이는 제법 대단했다. 전부 다 그런 게 아니고 담배를 올려놓는 부분만 형상 기억 합금인데 담배에 불을 붙인 체 올려 놓으면 일반 재털이라면 담배가 타들어가면 앞부분이 재로 되어 가벼워져 필터 부분이 재털이 밖으로 떨어지는데 이건 열을 받으면 받침대가  지렛대처럼 들어져서 타들어간 담배가 재털이 안쪽으로 밀려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파는 건 아니고 형상 기억 합금을 만드는 회사에서 기념품으로 만들어서 주는 거였다. 담배는 피지도 않지만 갖고 싶었다. 어디 잘 보일 곳 있으면 선물로 주려고. 아우~, 아부 근성하곤 ㅡ_-;;.

 

형상 기억 합금은 우연의 산물이다. 원래 그걸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고 뭐랄까? '어, 이런 것도 되네?'하는 식이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거는 이런 저런 과학자들에 의해 1920년대인가부터 제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 것은 1961년 미해군 병기 연구소에서였다. 그것도 형상기억합금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고 당시 신형 미사일이었던 폴라리스의 노즈콘에 쓸 재료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 니켈과 티타늄이 거의 50:50으로 섞인 지금은 Nitinol이라고 불리는 합금이었다. 우연히 한 회의 석상에 여러번 구부려진 니티놀 조각이 딩굴고 있었다. 그걸 한 회의 참석자가 아무 생각없이 파이프 라이터의 불로 지져봤더니(세계 어느 나라나 회의가 지루하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이게 덜커덕 지 형태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또 하나 들은 얘기는 파이프 담배를 피던 어떤 사람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온도에 따라 파이프가 휘어졌다 펴졌다 하는 걸 보고 이 금속의 성분을 분석하여 만들어냈다는 설도 있다는 거다. 입에 무는 부분이 금속으로 된 이 파이프에서 휘어졌다 펴졌다 하는 건 분명 불량품인데 이게 희대의 발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건 대학때 교수님에게 들었던 거다.

 

또다른 얘기는 애시당초 니켈과 티타늄을 50:50 뭔가 다른 용도로 개발 중이었는데 그걸 상관에게 보고하던 중 상관이 파이프 가까이 가져다 대자 휘어 버린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쨋건 간에 셋다 파이프는 등장한다.

 

셋 중 어느게 사실인지는 내 알바 아니다.

성분은 여러가지가 있다. 위에 티타늄과 니켈이 대표적이지만 다른 여러가지 금속의 합금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원리는 금속학적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불가능(있어도 매한가지다)하므로 대충 짚어보고 넘어간다.

조금 헛갈릴 수도 있다. 형상 기억 합금(이하 SMA)은 원래 형상 회복 온도보다 고온에서는 '오스테나이트'라고 불리는 조직을 가진다. 철강에서도 나오는데 이는 고온 조직이다. 급냉시키면 이 오스테나이트가 '마르텐사이트' 조직으로 변한다. 변형을 시키면(휘거나 구부리거나 하면) 변형 마르텐사이트로 변하는데 적정 온도로 가열하면 조직이 오스테나이트로 다시 바뀌면서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간다. 형상 회복 온도보다 높은 경우에 변형을 시키도 역시 오스테나이트가 마르텐사이트로 변하고 힘이 사라지면 다시 오스테나이트로 돌아간다. 내가 쓰고도 뭔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간 저온에서 오스테나이트와 마르텐사이트를 오가는 조직 변화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 저온이라고 하면 0도 이하의 온도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금속에서는 고온이라고 하면 수백도 이상의 온도를 뜻하기 때문에 100 ~ 200도 정도는 저온이다. 그냥 쉽게, 구부려도 일정 온도가 되면 지 자리로 돌아오는 웃기는 넘이라고 생각하자. 오뚜기 비슷하다.

그래프를 잘 보시라

저온에서 마르텐사이트가 힘에 의해 변형(Loading)되고 온도가 올라가면 오스테나이트로 냉각되면 다시 원래의 마르텐사이트로 돌아오는 사이클이다.
이해하려고 하지마라, 그냥 메카니즘이 그렇다는 정도만 알아라
당장 저기서 쌍정(twinned)만 설명하라고 해도 본 신발에게 밟히는 수가 있다.

 

사실 SMA는 아직 개발 중이라고 봐야 한다. 처음 형상 기억 효과가 알려졌을 때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처럼 난리가 났지만 아직 정말 획기적이다 할 만큼 쓰이고 있는데가 별로 없다.

일단 의료용. 치열 교정기를 해 본 적이 있는가? 난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그게 몇달에 한번 치과에 가서 조금씩 조이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SMA로 만들어 놓으면 따로 조을 필요 없이 늘 일정한 힘을 유지하게 된다. 그 외 사람 몸 안에 삽입하는 경우 삽입 전에는 삽입에 편하도록 마구 찌그러트려 놓아도 몸 안에 삽입하는 순간 체온에 의해 원래 형태로 돌아오게 된다. 죽어서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 한 늘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경테 용은 안경테 부분에서 설명했으니 넘어가자.

 

자동차 바디에 쓰면 좋지 않겠냐는 말이 있었다. 사고가 나던지 해서 찌그러져도 뜨거운 물만 갖다 부으며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냐며. 그러나, 아직 쓰이고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비슷한 경우로 자동차 바디를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 스포츠 카의 경량화 용이 아니라 지금의 강철보다 더 튼튼한 플라스틱으로 차체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는 엄청나게 경량화되어 성능이 좋아진다. 왜 안하냐고? 이런 종류의 플라스틱은 아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폐차장에 쌓이는 수많은 차체를 생각해보라. 참고로 기아에서 만들었던 엘란의 차체가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그 차주들은 사고가 나면 찌그러짐의 공포가 아니라 깨짐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차체는 철이라서 녹여서 다시 쓰기라도 하지. 이상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대한 엉뚱한 얘기였다. 말 안해도 안다, 내 정신 아닌 거.

몇몇가지 용도들

그렇게 이래저래 크게 쓰이는 부분도 없이 가다가 나온 게 브라쟈 와이어다. 브라쟈라고 부르는 게 더 정감있는 표현인가? 브라나 브래지어는 너무 고급 같다. -,.-; 일본식 표현인 걸로 아는데 넘어가자.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써 본 적도 없고 실물을 본 적도 없어 모르겠는데 여하간 브라쟈는 첨단 과학의 산물이다. 그 뭣이냐? 스폰지 같이 들어가는 걸 통칭 '뽕'이라고 부르던가? 근데 이걸 왜 뽕이라고 하는지?

 

여하간 스폰지가 오래 되면 힘을 잃고 형태가 일그러진다고 해서 나온 것이 플라스틱 와이어, 플라스틱보다는 좀 더 오래 가는 것이 저번에 말했던 스뎅 와이어,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찌그러지고 해도 착용만 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SMA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 보니 스뎅 와이어 같은데 20개에 겨우 8천원 하더만. 브라쟈 한개에 두개씩 들어가니 브랴쟈당 와이어 값은 겨우 800원? SMA는 얼마나 할런지?

 

대량 생산품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맞춤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즈가 정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언제나 가슴에만 붙으면 정확하게 지 원래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애초에 너무 작은 걸 샀다거나 사고 나서 몸이 불어버린 경우는 받쳐주고 모아주는 게 아니라 열심히 조여주는 작용만 하게 된다. SMA 얘기를 꺼냈던 교수가 사모님이 그걸 하고 있다며 좋냐고 물어봤더니 좋기는 커녕 가슴 밑부분이 조여서 아프기다고 하더라며 피식 웃은 적이 있다. 뭐 몸이 좀 불거나 해서 사이즈가 늘어난다고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남자인 본인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단순히 생각해볼 때 약간 변화는 있지 않을런지...

 

모 인터넷 사이트에선 가슴에 와이어가 아니고 숫제 판 형태로 들어간다고 하는데...이건 뭔 얘긴가? 가장 이상적인 가슴 형태를 틀로 만들어 놓고 프레스로 찍고 있다는 얘긴데...분명 뭔가 안 맞는 얘기 같다. 근거가 뭐냐고? 그냥 그럴 것 같다. 생각해보라, 철판 가슴? 뭔가 웃기지 않나? 암만 그래도 철판인데 가슴에 철판 넣고 다니면 무겁지 않나? 거기다 혹시나 어떤 이유로 사용 중 찌그러진다면...암만 해도 불편할테니 잠깐 어디 가서 뜨거운...아니군, 그냥 있으면 체온으로 원래 형태로 돌아오겠구만. 여하간 좀 이상하지 않나? 요즘은 조용해서 이런 거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이사하면서 세탁기 샀는데 뚜껑에 보니 세탁시 메모리 와이어는 제거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라고, 가끔씩 홈쇼핑 무슨 10종 세트 어쩌고 하는데 보니 몸매 보정용 메모리 와이어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데서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니...불쌍한 넘.

여하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그 교수는 SMA를 아직까지는 실패작이라고 불렀다.

 

예전에 저쪽 눈 많이 오는 유럽 지방에서 도로에다 SMA인지 뭔지 모를 금속을 받아 넣었다는 걸 본 적 있다. 햇빛이 쨍쨍하고 도로가 깨끗할 때는 아무 이상 없다가 눈이 오고 추워지면 도로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파이크 같은 게 올라온다는 거였다. 단 이걸 쓰면 타이어 마모는 무쟈게 온다더만...

 

유리 겔라가 숫가락을 구부리던 것도 이게 SMA라서 체온으로 슥슥 문지르면 휘어진 거였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여하간 태생이 너무 황당해서 그런지 도대체가 좀 '와'하고 탄성이 나올만한 거는 없다.

태생이 황당하기로는 불량 본드에서 출발한 3미터의 포스트 잇이나 눌러 붙은 찌꺼기에서 시작한 나일론도 있는데 이 두가지는 대 히트인데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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