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표기법이 바뀌어 이제는 타이타늄이라고 써야하지만 뭐 알게 뭡니까?
유노님 제 2탄 티타늄 들어갑니다.
사실 티타늄은 실제 생활에선 그다지 보기 쉬운 물건이 아닙니다. 일반 생활 용도로는 너무 고가인데다 그 정도로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조건이 일상 생활에선 많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주위에서 내가 본 거라곤 외부 장식용의 티탄판이나 티타늄 시계, 티타늄 골프채 정도? 가장 흔한 것은 티타늄 안경테가 아닐지...아, 화장품 있다. 얼마전부터는 티타늄 외장의 냉장고가 자주 눈에 띄이더군요.
또각또각
Titanium, 제대로 읽는다면 타이태니움이 가장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것은 티타늄. 줄여서 티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티탄(조금이라도 타수를 줄이기 위해 독일식으로 짧게 쓰자)을 처음 만져본 것은 부모님이 맞춰 오신 안경테였다. 당시 내가 쓰던 3만원 짜리 안경도 비싸다고 하시던 분들이 자그마치 18만원 짜리 돋보기를 맞춰오신 거였다. 으헉~그때 느낀 배신감이란...ㅡ_-;;
여하간 그 안경테는 무쟈게 가벼웠다. 돋보기 알이 내 안경알 1.5~2배 크기에 달함에 불구하고 무게는 정말 가벼웠다. 안경테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감흥은 별로였다. 그건 18K로 도금이 되어 있어 티탄이란 느낌이 좀 덜 했다. 그 안경 요즘 한달에 한번 정도씩 한쪽 다리 나사가 풀려 조이고 있는데 암만 해도 록타이트가 필요할 것 같다.
티탄 다운 티탄을 제대로 본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였다. 티탄 회사로 옮겼냐고? 스뎅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다.
여하간 현장을 배회하던 중 눈에 띄게 거무튀튀한 와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뭔고? 뭐가 이리 꺼먼겨? 열처리하다 태워먹었나? 아님 무슨 코팅을 시험하나? 꼬리표를 보니 티탄이 아닌가? 아, 이것이 그 꿈에도 그리던 티탄인가? 지독하게도 작업이 안된다는 꼬리표가 붙은 그놈이었다. 생각 없이 한주먹 가득히 들어올려보는데...흐미, 이거 왜 이렇게 가벼운겨? 스뎅을 보통 그 정도 집으면 손목에 느낌이 오는데 이건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다음엔 모른척 한 웅큼 잘라가야겠다. 근데 어디다 쓴다?
정말 내 손에 티탄이 들어온 것은 오클리의 WHY 3 안경테다. 이베이에서 헐값에 구입하여 큰맘 먹고 호야의 플래스틱 렌즈를 끼웠는데...역시 지금까지 써오던 안경의 무게와는 비할바가 아니었다. 돈은 비싸지만...돈 값 한다. 잘 사는 친구 한넘이 맨날 티탄 안경테를 고집하던데 이젠 동의한다.
티탄은 원자번호 22번, 원자량은 48이다. 비중이 4.51 정도로 철의 60% 정도다. 가볍다는 느낌이 좀 오나?
티탄이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누스와 땅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인 'Titans'에서 딴 것이다. 우라누스 랑 가이아는 우리가 아는 제우스 등의 신 이전 시대가 맞지 싶다. 확인 귀찮음.
그라고, Z 건담에 악당으로 나오는 그 엘리트 집단(실제 행동의 거의 바보 집단)의 이름도 티탄즈다.
녹는점 1,670도, 끓는점 3,290도. 역시 독한 넘이다. 여기서 금속학적 고찰의 애독자들은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여하간 티탄도 녹여서 만들지는 않는다.
티탄 만드는 법은 분명 대학에서 배웠다. 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거라곤 크롤(발명자 이름)법이라고 불렀다는 거하고 화학 반응을 이용했다는 것 뿐이다. 그땐 다 이해하고 외웠는데...그걸 지금까지 기억하면 내가 사람인가? 검색해봐라. 비전공자에게 풀이한다는 자체가 힘들다.
교수가 강의 시간에 들어와서 손바닥만한 판을 들고 그게 티타늄 판이라고 했다. 어디선가 얻은 건데 원래는 그 몇배 크기였는데 신기하다고 달라고 해서 조금씩 잘라주다 보니 그것만 남았다고. 그때 그걸 돌려서 만져보도록 했던가?
발견 과정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영국의 Manaccan에 거주하던 광물학자이자 목사인 William Gregor에 의해 발견되었다. 교회 주위로 흐르는 작은 냇가의 물방아간 앞에서 검은색으로 빛나는 모래를 발견한 그는 이 모래가 위력적인 화약이 아닐까 생각하고 이 모래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는 이 모래에는 철분과 함께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원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Manaccan 냇가의 이름을 따서 "Manaccin"이라고 하였다. 1795년 Martin H. Kraproth도 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이 원소의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늘의 신(Uranus)와 땅의 신(Gaea)의 자식으로 신의 1세대를 뜻하는 "Titan"이라고 명명하였다. 이후 1797년 두사람이 발견한 원소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고, 영국에서는 Titanium으로 독일에서는 Titan으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티탄은 비싸다. 매장량이 적어서 비싼 게 아니다. 매장량은 알루미늄, 철, 마그네슘 다음으로 많은, 지구상에서 4번째로 많은(9번째라고도 하는데 어느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금속이다. 근데 비싸다.
일단 위에서 말했듯이 만들기가 힘들다. 원래 광석에서 티탄을 분리해내는게 정말 X랄이다. 두번째로 튼튼하기 때문에 가공도 힘들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도 힘들다.
'힘들다 X 3 = 비싸다' 되겠다.
요즘 러시안 티탄이라고 싼 티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우선 러시아 자체가 임금이나 기타 등등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알게 모르게 러시아가 이런 가공이 힘든 금속에 대해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가설에 의한다. 여하간 품질은 일반적으로 떨어지는 편이기에 원하는 정도의 고품질을 얻을려면 가격이 올라서 별 차이 없을 거라고 한다.
예전 소련 KGB 요원들이 개방되고 할 일이 없어지자 티탄 외에도 귀한 금속 원소들을 블랙 마켓에 빼돌려 판다는 소리가 있었다. 재수 없게 방사성 원소를 팔아 그게 테러 집단으로 흘러들어가 핵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된장.
성질을 좀 알아보자.
나도 조금 헛갈리는데 티탄은 비강도가 최고인 금속이다. 비강도란 전에도 말했듯이 재료의 강도를 비중으로 나눈 것으로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걸 가장 많이 찾는데는 항공기 산업이 아닐런지...
비강도는 철에 대면 2배, 알루미늄의 6배나 된다. 단순히 생각할 때 비중이 철의 60% 정도이므로 나누는 값이 40% 작으니까 거의 1.5배는 증가된다.
정확한 산수에 대해선 묻지 마라. 계산기가 저렇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제 내가 잘못 알려주었던 것을 바로 잡자. 티탄이 철보다 강하다.
비강도를 풀이해보면(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 같은 무게라면 티탄이 철보다 2배, 알루미늄보다 6배 강하단 얘기다.
티탄은 녹이 거의 피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바닷물 속에 한 10년 담궈둬도 녹이 안핀다. 강철을 그 정도 담궈둔다면 아예 녹아 없어져 버릴 것이고 스뎅도 장담 못한다(물론 확인 안해봤다 ㅡ_-;;).
근데 착각하지 마라. 겁나게 녹이 피기 어렵다는 거지, 아예 안 핀다는 건 아니다.
예전 소련 시절 알파 급 잠수함이라고 수심 1km까지 잠수가 가능한 공격용 잠수함이 있었다. 보통 공격용 잠수함들의 항해 심도는 300~400m 정도로 보는데 그 보다 근 3배에 가깝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뿐이고 특별한 실용적 가치는 없다. 갑자기 왠 잠수함 이야기냐고?
그 알파급 잠수함의 함체 재료가 티탄이었다.

저 없어 보이는 녀석이 티타늄 선체의 알파급 잠수함이다
티탄은 분명 금속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은의 전기 전도도를 100으로 보면 구리가 94, 알루미늄 55, 철과 수은은 2, 티탄은 겨우 0.2에 불과하다. 거기다 자석에도 붙지 않는다. 웃기는 금속이다. 흔히 금속, 혹은 쇠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성질 중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화학적으로도 엄청나게 안정하다. 한 화학 공장에서 주철, 스뎅, 티탄으로 만든 펌프를 시험했다. 주철은 겨우 3일, 스뎅은 10일만에 나가떨어졌는데 티탄은 반년이나 버텼다.
예전 산을 쓰는 쪽에 스뎅 볼트를 티탄 볼트로 교체하려 했지만 포기했다. 스뎅 볼트는 만원 안쪽인데 반해 티탄 볼트는 십만원이 넘어가던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쓰는 걸로 따지면 결국엔 티탄 쪽이 더 나았을지 모른다.
자, 이제 다시 어디다 쓰는지 알아보자.
항공기 재료가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가볍고 튼튼하여 구조용으로 쓰이고, 고온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엔진 재료로도 쓰인다. 지금은 퇴역한 마하 3으로 나는 미공군의 전략 정찰기 SR-71 블랙 버드의 동체가 티탄이라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마하 3으로 날 때 기체 표면 온도가 1600도 넘게 올라간다는데 안에는 괜찮은가 몰라. 블랙 버드가 비싼 게 달리 비싼 게 아니다.

특수 용도의 전형 SR-71 Blackbird
미국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어떤 전투기 엔진에 쓰이는 볼트를 강철에서 티탄으로 교체하면 무게가 100kg 줄어든다고 한다. 기체 전체로 확대하면 1톤의 무게가 줄어든다고 한다(대형 전투기 무게는 대충 20톤 안쪽).
우주 산업에도 널리 쓰인다.
1964년 8월18일 새벽 로켓 하나가 모스크바 근처에서 발사되었다.그 로켓은 달이나 금성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로 도약한 소련의 우주인을 기념하기 위해 소련 영공에서 영원히 떠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그 계획의 입안자들은 오랫동안 이 훌륭한 기념비적인 우주선의 재료로 무엇을 써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리로 하자고 했다가 플라스틱, 그 다음은 스뎅으로 바꾸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광채나는 티탄 판으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거창한 계획에 티탄이 뽑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티탄이 영구불면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까닭 때문이다.
티탄은 강하기도 하지만 온도 변화에도 성질의 변화가 없다. 덕분에 엄청난 온도 변화가 있는 우주에도 딱이다.
TiO2는 흰색으로 안료로 쓰인다. 전에 말했듯이 화장품에서 흰색을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로 티탄 녹이다. 흰색 파우더를 바르는 것은 얼굴에 티탄 가루를 바르고 있는 거다.
티탄은 금속임에도 지극히 안정하여 금속 알레르기 있는 사람도 대부분 적응한다. 고로 화장품에서의 성분 때문에 문제가 될 리는 없다. 만약에 된다면...바르지 말고 그냥 생긴데로 살아라. 그럼 되지.
그외 페인트, 고무, 종이에도 들어간다.
티탄 안경테. 좋지만 비싸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안경테 재료는 대부분 일제인데 만들기 참 힘들다. 앞에도 말했지 않나? 가공이 쉽지 않다고.
장식용 티탄. 노트북 상판 등은 가볍고 강한 것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뭐 일단 철판보다는 확실히 가벼울 거고, 다른 합금 종류들보다도 가볍고 강하다. 티탄은 주로 지 원 색깔인 광택이 도는 회색을 그냥 쓰는 경우가 많은데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뭐 만고 내 생각이다.
냉장고 앞면은 진짜 티탄이 아니다. 걍 철판에다가 티타늄 색이 나는 필름을 씌운 것이다.
티탄으로 장신구(팔찌, 귀걸이 따위)를 만드는 회사도 있던데 일반적인가? 이글 쓰면서 첨 봤다. 이건 여성 회원분들이나 아실 듯...확실한 건 비쌀 거다.
친구 녀석이 큰 맘 먹고 집을 사면서 잘 아는 형에게서 그 어느 회사냐?, 여하간 겉판이 티탄으로 만들어진 냉장고를 장가 밑천이라며 선물 받았다. 그 냉장고가 가벼울 거란 생각에 문을 열어본 결과 색깔 틀린 거 말고는 별 차이 없었다.
인공뼈를 만들기도 한다. 스뎅이 많이 쓰였지만 가볍고 튼튼하다는 점에서 티탄이 쓰이기도 한다. 물론 비싸지. 참고로 전에 형상 기억 합금에 나왔던 니티놀이라는 금속이 니켈과 티탄의 합금이다.
일본에서는 부자들 사이에 티탄으로 대문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 커다란 대문이 엄청나게 가볍게 느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문제는 가격이 문짝 하나에 몇천만원이라는...OTL
대충 이렇다. 다른 거보다 좀 긴가? 재밌게 하려고 이런 저런 얘기 많이 섞었는데 산만한 거 아닌가 몰겠다.
절대 그냥 넘어갈수 없는 단어죠... 타이타튬~~
답글삭제@張良 - 2010/04/22 23:21
답글삭제쫌 걍 넘어가라고 ㅡ_-+++
잼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123 - 2010/07/18 12:39
답글삭제감솨합니다(3)